“해야 하는데 왜 못할까?” 그 이유는 같지 않을 수 있다
오늘도 할 일을 미루며 자책하는 사람들. “나는 왜 이렇게 미루기만 하지?”, “이번에도 못 지켰어…” 이런 자기 비난은ADHD든, 완벽주의든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행동 패턴이지만, 그 원인과 작동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ADHD와 완벽주의를 구분하는 심리적 차이를 중심으로, 자신이 어떤 유형에 더 가까운지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합니다.
공통점: 실행이 어려운 사람들
먼저 두 특성 모두 다음과 같은 행동 패턴을 공유합니다:
- 일을 미루고 마감 직전에서야 몰입함
-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만 맴돎
- 끝내고 나서도 “이걸 왜 이렇게밖에 못했지?” 후회함
- 자책과 자기불신 반복
하지만 이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심리 기제는 전혀 다릅니다.
ADHD는 실행 기능의 문제, 완벽주의는 기준의 문제
구분 | ADHD | 완벽주의 |
핵심 원인 | 실행 기능(계획-시작-지속) 어려움 | 높은 기준으로 인한 불안과 회피 |
시작 문제 | 의욕은 있지만 진입이 어려움 | “잘 못할까봐” 시작을 미룸 |
미루는 이유 | 집중 흐름 설계 실패 | 기준에 못 미칠까 두려워 회피 |
감정 반응 | 산만함, 좌절, 무기력 | 죄책감, 수치심, 과잉 책임감 |
해결 접근 | 구조 설계, 루틴 자동화 | 기준 재설정, 자기 수용 훈련 |
ADHD는 ‘어떻게 시작할까’의 문제이고, 완벽주의는 ‘이걸 잘할 수 있을까’의 문제입니다.
완벽주의자는 일을 ‘잘’ 해야 하고, ADHD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완벽주의는 결과 중심형 사고에 기반합니다. 결과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으면 스스로를 실패자로 간주합니다. 반면, ADHD는 과정 중심형 회피에 가깝습니다. 시작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흐름이 끊기면서 일을 반복적으로 놓치게 됩니다.
이 두 유형은 겉보기엔 비슷한 행동(미룸, 실행 실패 등)을 보여도, 내면에서 작동하는 뇌의 회로가 다릅니다.
완벽주의자에게 필요한 질문
- 이건 정말 완벽해야만 하는가?
- 기준을 낮추면 지금 시작할 수 있는가?
- 실패한 나와 미완성인 결과를 분리할 수 있는가?
ADHD 성향자에게 필요한 질문
- 이걸 시작하기 위한 최소 단위는 무엇인가?
- 진입 장벽을 낮추려면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 지금 10분만 해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은가?
혼재된 유형도 많다 — ADHD + 완벽주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두 특성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DHD로 인해 실행이 어려운 사람도, 동시에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채찍질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납니다:
-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그걸 못한 자신을 강하게 비난함
- 기준은 높은데 뇌는 그 기준대로 움직이지 못함 → 지속적인 불안과 좌절
- 시작도 못하고, 끝낸 후에도 만족하지 못함
이 경우 실행 시스템 설계 + 자기 수용 훈련을 병행해야 개선이 가능합니다.
나는 ADHD일까, 완벽주의일까? 자가 점검 가이드
ADHD 경향이 더 강할 때
- 뚜렷한 이유 없이 일의 흐름이 자주 끊김
- 시간 감각이 왜곡됨(“벌써 시간이 이렇게?”)
- 작은 일에도 실수가 반복됨
완벽주의 경향이 더 강할 때
- 시작 전에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며 머뭇거림
-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음
- 스스로 설정한 이상에 미치지 못하면 강한 수치심 느낌
둘 다 해당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현재의 심리 구조를 명확히 진단받는 것이 좋습니다.
실행의 원인을 이해해야 진짜 해결이 시작된다
실행이 어려울 때, 겉보기 행동만 보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왜 그 일이 지금 나에게 어렵게 느껴지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ADHD든, 완벽주의든, 그 원인을 이해할 때 비로소 나에게 맞는 해결 전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의지나 근성이 아니라, 다르게 설계된 구조와 관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