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지는 시간, 나만 그런 걸까?
아침에 해야 할 일이 분명했는데, 어느새 오후가 되고, 정작 중요한 일은 시작도 못한 채 하루가 끝나버린 경험.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을 못 쓰지?’, ‘게으른 걸까?’라는 자책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게으름이나 미루기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시간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능력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 ADHD와 시간감각의 왜곡
ADHD 성향을 가진 사람은 뇌의 실행기능(전두엽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시간을 구조적으로 인식’하고, ‘행동을 그에 맞춰 계획·조정’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대표적인 시간 왜곡 증상
- ✔ 지금 당장 할 일만 크게 느껴지고, 미래 계획은 비현실적으로 멀게 느껴짐
- ✔ 1시간이 10분처럼, 또는 10분이 1시간처럼 왜곡됨
- ✔ 마감 직전에만 초집중하며, 평소엔 동기 저하 상태 지속
- ✔ 시간을 ‘쪼개서 분배하는’ 개념 자체가 흐릿함
이러한 시간감각의 차이는 단순히 습관 문제가 아니라, 뇌의 처리 방식과 관련된 ‘인지적 특성’입니다.
ADHD에서 자주 나타나는 시간관리 문제 유형
1. 시간 추산 오류
- 어떤 일에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함
- 10분이면 될 일에 1시간을 잡거나, 반대로 1시간 걸릴 일을 10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함
2. ‘지금만 존재’ 사고 (Time blindness)
- 현재 순간에만 몰입하거나 회피함 → 미래 계획이 흐릿하거나 실감 나지 않음
- 일정이 겹치거나 준비 없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일이 잦음
3. 계획-실행 단절
- 계획표를 잘 짜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함
- 머릿속에선 다 알고 있는데 행동은 안 따라옴
4. ‘초집중’ 후 탈진
- 마감 직전 몰입(하이퍼포커스) 후 에너지가 고갈되어 회복 시간 필요
- 반복될수록 일정이 불규칙해지고 자신감도 저하됨
시간관리를 위한 보완 전략: ADHD 특성에 맞춰 설계하기
시간관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반적인 팁보다 ADHD 특성에 맞는 구조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 1. 시간을 ‘시각화’하라
- 시계 대신 타이머, 시간 블록, 색상 구분 캘린더 사용
- 하루 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구성 (화이트보드, 포스트잇 등 활용)
✔ 2. 마감 시간을 ‘앞당겨서 상상’하라
- 실제 마감보다 하루 전을 ‘내 마감일’로 정하고, 알림 설정
- 마감일 전날에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도록 예약 설정하는 것도 유용
✔ 3. 큰 계획 대신 ‘행동 단위’로 쪼개라
- “보고서 작성” 대신 “제목 쓰기 → 목차 정리 → 첫 문단 쓰기”처럼 분해
- 각 작업은 15~30분 단위로 설정
✔ 4. ‘시작하기’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라
- 시작만 하면 몰입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핵심
- 예: 문서 열기, 책상 정리, 타이머 누르기 같은 행동을 ‘습관 루틴’으로 자동화
도움이 되는 도구와 시스템
🕒 포모도로 타이머 앱
- 25분 집중 + 5분 휴식 구조는 ADHD 성향자에게 이상적
- 추천 앱: Forest, Focus To-Do, Minimalist 등
📅 캘린더 + 반복 알림 기능
- 일정이 아닌 루틴 반복이 핵심 → 매일 반복 알림 설정 필수
📝 ‘기록하는 습관’ 유도 앱
- 해야 할 일 목록이 아니라, 한 일(기록형) 목록이 유용
- 기록을 통해 성취감 확보 및 시간 사용 인식 가능
나만 뒤처진다는 감각은 착각일 수 있다
성인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왜 나만 이렇게 시간 관리를 못하지?’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능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시간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해 없이 시스템을 끌어다 쓰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커집니다. 핵심은 자신에게 맞는 시간 흐름의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사라진다”는 감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덜 문제고, 그 시간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구조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